2025년 12월 6일(미국 동부시간),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결과 한국과 일본이 각각 A·F조에 배정되면서 역대 첫 ‘월드컵 한일전’ 성사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한국과 일본은 국제무대에서 상징성과 경쟁 구도가 뚜렷해 어떤 방식으로든 한일전이 성사될 경우 전 세계적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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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하는 홍명보 감독과 모리야스 감독 (용인=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의 대표팀 간 대결은 언제나 높은 관심을 모았지만, 정예 멤버가 모두 나서는 ‘1진 맞대결’은 매우 드물다. 최근 14년 동안 단 한 번 있었다. 2021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한국은 손흥민(LAFC) 없이 치러 0-3으로 패했다는 점에서 일부 팬들은 이를 완전한 1군 대결로 인정하지 않았다. 아시아 최상위 대회인 아시안컵에서도 한일전은 2011년 카타르 대회 준결승이 마지막이었다.
이번 월드컵 조 추첨에서 한국은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플레이오프 패스D 승자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패스D에는 덴마크, 북마케도니아, 체코, 아일랜드가 경쟁한다. 일본은 네덜란드, 튀니지, 유럽 플레이오프 패스B 승자와 F조에 배치됐다.
첫 번째 한일전 가능성은 32강전이다. 대진 규정에 따르면 일본이 조별리그를 3위로 통과할 경우 A·B·D·E·I조 1위 팀 중 한 팀과 만난다. 이때 한국이 A조 1위를 차지하면 32강에서 곧바로 한일전이 펼쳐진다. 경기 장소는 멕시코시티 아스테카 스타디움이다. 아시아 축구의 최대 라이벌전이 ‘축구 성지’에서 치러지는 장면은 그 자체로 큰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16강이다. 한국이 조 2위로, 일본이 조 1위로 올라 같은 라운드에서 승리할 경우 휴스턴 NRG 스타디움에서 충돌한다. 한국과 일본이 모두 조 3위를 기록하더라도 토너먼트 대진에 따라 16강에서 만나는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이번 대회는 조별 순위와 토너먼트 라운드 구성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국 감독의 발언도 기대감을 높인다. 일본 모리야스 감독은 양국 수교 60주년 기념 대담에서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싸우고 있다”며 한국의 2002년 4강 진출이 일본 대표팀의 목표 설정에 영향을 주었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이 아직 가보지 않은 곳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조직적, 정신적으로 강한 팀을 만들고 있고 언젠가 월드컵 결승에서 한국과 일본이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11회 연속, 일본은 8회 연속 진출 중이지만 지금까지 본선에서 만난 적이 없다. 통산 상대전적은 한국이 42승 23무 17패로 앞서지만 최근 3연패로 흐름이 좋지 않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일본에 패할 경우 국내 축구계에는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반대로 승리한다면 일본을 상대로 월드컵 사상 첫 승이라는 상징적 성취를 달성하게 된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사상 첫 48개국 체제로 열리는 만큼 조별리그 뿐 아니라 토너먼트 전개 방식에서도 변화가 크다. 대진의 변수가 많아 어느 라운드에서든 한일전이 성사될 가능성은 과거보다 확연히 높아졌다. 한국과 일본이 모두 토너먼트에 진출할 경우 월드컵 사상 첫 ‘운명의 맞대결’이 현실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