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시간 기준 2025년 12월 6일, 미국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레이건 국방포럼 연설에서 한국과 같이 군사비를 확대하며 자주국방 책임을 강화한 국가들을 ‘모범 동맹’으로 규정하고 미국 정부가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반대로 국방 부담을 회피하는 동맹국에는 상응하는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며 강경한 메시지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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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 이스라엘, 폴란드를 사례로 들며 이들 국가가 미국의 요구에 가장 충실히 협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국내총생산(GDP)의 3.5%를 핵심 군사 지출에 투입하고 재래식 방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기로 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를 한미 정상 간 합의와 공동 팩트시트의 내용이라 설명했다. 이어 “집단 안보를 위해 자기 몫을 하지 못하는 동맹은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하루 전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 방향성과 맞물린다. NSS는 미국의 최우선 안보 목표로 서반구·미 본토 방어, 인도태평양에서의 대만 보호, 중국 견제를 명시하고, 동맹국이 각자 지역의 방어를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것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미국은 이러한 부담 분담에 협력하는 국가에는 상업적 우대, 기술 공유, 국방 조달 분야에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 단독 대응 능력의 한계를 지적하며 동맹의 역할 확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은 러시아, 중동은 이란, 한반도는 북한이라는 지속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국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동맹국이 미국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방위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중국과 안정적 평화, 공정한 무역, 상호 존중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중국군과의 군사 소통 확대 방침도 언급하며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목표는 중국 지배가 아니라 세력균형”이라며 강한 억제력을 유지하되 불필요한 대립은 피하겠다는 전략적 기조를 설명했다. 또한 인도태평양에서 미국과 동맹이 충분한 억지 태세를 갖춰 중국이 주변국을 지배할 능력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핵전력 현대화 언급도 이어졌다. 그는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핵무장국과 마주한 상황에서도 핵 억제력을 잃지 않도록 새로운 투발체계와 무기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국가들이 핵실험 중”이라고 주장하며 핵실험 재개 필요성을 언급해온 맥락과 맞닿아 있다.

중남미 마약 카르텔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직설적이었다. 그는 이들을 “서반구의 알카에다”라고 규정하며 미국 사회를 치명적 마약으로 위협하는 한 지속적으로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2일 미국이 카리브해 마약 운반 추정 선박을 공습해 생존자를 재차 공격한 사건에 대해 “완전히 지지한다. 내가 지휘관이었어도 동일한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밝히며 강경 대응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공습은 전투 불능 상태의 인원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국제법 위반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연설은 동맹 구조 재편을 가속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방향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스스로의 방위 부담을 줄이고 동맹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구조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처럼 국방력 강화와 동맹 내 책임 분담을 명확히 실천하는 국가에는 더 큰 전략적 협력이 주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참여를 주저하는 국가에는 실제적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향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글로벌 방위 구조 변화에서 한국의 군사적 기여 확대가 더욱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