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지난달부터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수로 돌아선 뒤 이달 초 닷새 동안 800억원 넘게 사들이며 로봇과 제약·바이오 종목에 집중한 흐름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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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소폭 상승 - 강보합 (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총 807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에는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 기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포함된다. 코스닥에서 연기금 거래는 10월 571억원 순매도에서 11월 215억원 순매수로 돌아섰고, 이달에도 매수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일별로는 11월 28일 818억원, 12월 1일 638억원, 2일 257억원, 3일 176억원, 4일 149억원 등 5거래일 연속 순매수가 이어졌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이 출회된 5일에는 414억원 순매도로 전환됐다.
매수 상위 종목은 로봇과 바이오 기업이 중심을 이뤘다. 로보티즈가 26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 112억원, 알테오젠 94억원, 오스코텍 87억원, 에코프로비엠 82억원이 뒤를 이었다. 로보티즈와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로봇주, 알테오젠과 오스코텍은 제약·바이오주로 분류된다.
일각에서는 연기금의 이 같은 집중 매수 흐름을 정부가 추진 중인 모험자본 생태계 활성화 정책과 연계된 행보로 본다.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구조적으로 높이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증권업계는 연기금의 자금 유입이 코스닥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를 개선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BNK증권 김성노 연구원은 정부 정책 기대와 연기금의 중소형주 매수 확대가 관심을 끌고 있다고 설명하며, 2017년 코스닥 활성화 대책 당시 지수가 30% 급등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NH투자증권 나정환 연구원은 코스닥 수익률이 코스피를 웃도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고, 코스닥 비중이 가장 큰 헬스케어 업종 상승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기금 매수세는 정부 정책 방향성과 시장 기대가 맞물리며 코스닥 내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확산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로봇과 바이오처럼 성장성을 중심으로 평가되는 업종에 자금이 몰리며 향후 테마 중심의 시장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연기금의 매수세가 단기적 흐름에 그칠지, 구조적 확대로 이어질지는 정부 정책의 구체화와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