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법(GENIUS Act)'에 공식 서명했다. 해당 법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기준을 제정하며,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제도권 진입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AI생성이미지=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미국을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선언하며, 이번 법안이 미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핵심적 조치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미국을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선언하며, 이번 법안이 미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핵심적 조치임을 강조했다.

GENIUS법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내 기업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연방 차원의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
둘째, 자산 100억 달러 이상 발행자는 연방준비제도(Fed)와 통화감독청(OCC)의 감독을 받고, 그 미만은 주 정부 규제를 받는다.
셋째, 발행자는 준비금을 반드시 현금이나 미 국채로 보유해야 하며, 회계 감사 및 보유자산 공개가 의무화된다. 이자 지급은 금지된다.
넷째, 국회의원과 그 가족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수익을 낼 수 없도록 금지했으나, 트럼프 가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논란이 있었다.

같은 주에 하원을 통과한 두 개의 추가 법안도 암호화폐 산업에 힘을 실었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법안과,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디지털자산의 감독을 SEC(증권거래위원회) 또는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로 배분하는 '명확성법'이다. 두 법안은 현재 상원 심의를 앞두고 있다.

'크립토 위크'로 불린 이번 입법 강행은 공화당 지도부가 내부 이견을 조율하며 추진한 결과로, 그동안 정체돼 있던 암호화폐 규제 체계에 대전환을 가져왔다. 업계는 이번 입법을 기점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과 제도권 채택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월가와 IT 업계의 반응도 빠르게 나타났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기관 전용 결제 토큰인 'JPMD'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개발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CEO도 유사한 입장을 밝히며 진출을 시사했다.

아마존과 월마트 역시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전통적 카드 결제 시스템을 우회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형 유통업체가 독자적인 결제 생태계를 구축할 경우, 비자(Visa)·마스터카드(Mastercard) 중심의 수수료 기반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코인베이스(COIN), 로빈후드(HOOD), 서클(CRCL) 등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법안 서명 직후 급등했다. 특히 서클의 경우 6월 초 IPO를 진행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한 바 있다.

한 재무부 고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의 국제적 수요 확대와 국채에 대한 수요 유지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 제정이 미국 경제와 국제통화 시스템의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을 피해 안전하게 자산을 저장하거나, 즉시 결제 및 국제 송금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개발도상국이나 은행 인프라가 미비한 지역에서 미국 달러 접근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도 투자자들의 동시 환매 사태(뱅크런) 등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속적인 감독 체계 확립과 시장 신뢰 확보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법안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닌, 미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제도적 이정표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상원에서 나머지 두 법안이 통과되고, 주요 은행과 기업들이 실제 발행을 시작할 경우, 미국은 명실상부한 ‘스테이블코인 표준국’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