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비디오 압축 기술인 AI 기반 코덱의 국제표준 주도권을 놓고 세계 IT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열린 제47차 멀티미디어 부호화 국제 표준화 회의에서 한국은 AI 코덱 관련 기술 문서 130여 건을 제출하며 논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회의에서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3D 공간정보 압축, AI 영상 분석 특화 기술 등도 함께 표준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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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미디어 부호화 국제 표준화 회의 [국립전파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 세계 디지털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AI 기반 비디오 코덱의 국제표준을 두고 각국 IT 기업들이 총출동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립전파연구원은 6일까지 진행된 제47차 멀티미디어 부호화 국제 표준화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차세대 AI 코덱 기술에 대해 가장 많은 기술 제안서를 제출하며 논의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 회의는 향후 글로벌 영상 압축 기술의 규격을 정하는 핵심 협의체로, 이번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는 물론 애플, 화웨이, 노키아, 퀄컴 등 세계 주요 기업이 모두 참여해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였다.

기존의 영상 코덱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단순 압축 방식을 사용했지만, AI 기반의 신기술은 영상 내용을 스스로 이해하고 중요한 정보는 보존하면서 불필요한 데이터만 제거하는 방식으로 압축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히 저장 공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율주행, 원격의료, 고해상도 스트리밍 등 다양한 산업 응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은 AI 기반 차세대 비디오 코덱 관련 기술 문서만 130여 건을 제출하며 기술 선도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는 향후 국제표준화가 실제 산업 제품과 서비스의 기준이 되는 만큼, 기술 기여도를 바탕으로 특허와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회의에 함께 참여한 비주얼 품질 평가 자문그룹은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비디오 압축과 AI 분석을 결합한 기술, 3D 공간정보를 효율적으로 압축하는 방식 등 다양한 혁신기술을 표준화 과제로 채택했다.

정창림 국립전파연구원장은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개발한 AI 코덱 기술이 글로벌 표준으로 채택되면 관련 산업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며, 향후 K-미디어 기술의 글로벌 확산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큰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회의는 단순한 기술 협의가 아니라 글로벌 기술 패권을 놓고 벌어지는 전면전의 서막으로 해석된다. 누가 먼저 AI 코덱 국제표준의 주도권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수천억 원대 산업의 생태계 판도가 뒤바뀔 수 있는 만큼, 각국은 향후에도 정치·산업적으로도 치열한 표준전쟁을 이어갈 전망이다.